◈ 無言으로 공감을 나누다 / 박정원 작가
♣ 하영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 예술철학 박사)
동양 전통미학 가운데 '무언(無言)'의 아름다움은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숭상되었다.
'무언'은 침묵의 방식으로 사물을 체험하는 것이 아니다.
'무언'이란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언어'를 버리고 '하늘의 언어'에 도달할 경계이다.
'하늘의 언어'는 인간의 지식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 본연의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인간의 마음과 인간의 즐거움은 서서히 옅어지면서
하늘의 마음과 하늘의 즐거움속으로 녹아드는 것,
이것이 바로 '무언'과 오묘하게 하나가 되는 경계이다.
장자(莊子)에서는 아름다움을 두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나는 일반적인 아름다움으로 상대적 아름다움이다.
다른 하나는 도(道)의 아름다움으로 절대적 아름다움이다.
전자를 『장자』에서는 '소미(小美)',
후자를 '대미(大美)', 혹은 '지미(至美)'라고 부르고 있다.
'소미'는 인간 이성의 시계(視界)에 속하며, 사람의 언어로서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대미'는 인간의 이성이 미칠 수 없으며 인간의 언어로는 분별할 수 없는,
뒤섞여 하나가 된 아름다움으로 '무언'의 아름다움이다.
전자는 임시적이며 파생적이고 국한적이지만,
후자는 영원하고 본원적이며 무한하다.
전자는 인위(人爲)적 아름다움이요, 후자는 무위(無爲)적 아름다움이다.
『장자』에 따르면 일반적인 아름다움인 '소미'는
분별지(分別智)의 제어를 받는 지식에 의거한 판단이지만,
'대미'는 지식을 초월하는 것으로 일종의 무분별적 아름다움이다.
일반적인 아름다움은 주체가 가진 지식의 한계에 영향을 받는다.
일반적인 아름다움은 모두 표준이 있으나,
'무언'의 큰 아름다움은 구체적인 표준이 없다.
장자가 「제물론(齊物論)」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이 습한 곳에서 오래 잠을 자면
요통을 앓거나 반신불수가 될 수 있지만, 미꾸라지는 그렇지 않다.
사람은 높은 나무 위에 살면 두렵고 불안하지만, 원숭이는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적합함의 표준을 삼아야 할까?
모장(毛OD)과 여희(麗姬)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최고의 미인이라 생각하지만,
물고기가 보면 도망가고 새가 보면 날아가며 사슴이나 고라니가 보면 달아나버리니,
이 네 종류의 동물 중 도대체 어떤 것이 천하의 진정한 아름다움의 표준이겠는가?
표준이 있는 일체의 아름다움은 모두 지식의 아름다움이자
'언어'의 아름다움이다. 근본적으로 말해, 장자는
'무언'의 아름다움을 절대적 아름다움이라 생각해 아름다움의 본체로 삼았다.
그렇다고 동양예술이 결코 언어를 버리는 것이 아니다.
언어(광의의 언어)없이는 예술이 성립되는 기초 또한 없어지고 만다.
그러므로 동양예술은 언어에 대해 '문자를 무시하지만
문자를 떠나지 않는' 노선을 지킨다.
언어는 마치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과 같다.
사람들은 손가락을 통해 달을 보지만, 그 의도는 달에 있지 손가락에 있지 않다.
언어는 실상을 가리키지만, 언어 자체는 실상이 아니기에
뗏목을 버리고 언덕에 오르며, 달을 보고는 손가락을 잊는다.
사람에게 언어는 분별지(分別智)의 제어를 받는 지식에 의거한 판단이지만,
개의 '무언'의 행위 즉, 얼굴 표정은 지식을 초월하는 것으로
뒤섞여 하나가 된 일종의 무분별적 아름다움이다.
큰 아름다움은 '무언'속에만 있다.
말로 할 수 없는 미묘한 심정을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인생의 동반자를 가진 사람은 부자이다.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그 깨달음을 박정원 작가의 개 얼굴 그림에서 다시 배운다.
작가의 작업에 등장하는 다양한 개들의 얼굴 표정과 눈동자는
'대미'라고 표현할 수 있는 어떤 것으로,
모든 존재를 하나로 묶어주는 '무언'의 애정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느끼게 되는 어떤 위로의 감정들을 작품 안에 투영시켜
'유언'의 삶 속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무언'을 통해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개의 얼굴 표정은 제 주인의 속내를 가장 잘 드러내는 도구이다.
'◆ 유명작품겔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유리공예 작품 (0) | 2017.10.20 |
---|---|
사진보다 더 사진 같은 그림을 그리는 작가 김영성 (0) | 2017.10.20 |
그림 감상 (0) | 2017.10.20 |
그림 감상 / 중국 (0) | 2017.10.20 |
앤 Fleming의 조각품 (0) | 2017.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