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
William Adolphe Bouguereau
(한가한 어린 시절 A Childhood Idyll / 1900)
무릎에 팔을 괴고 풀피리를 부는 언니를 쳐다보는 어린 소녀의 표정이 압권입니다.
요즘 아역 배우들 못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손보다도 작은 발, 큰 눈, 신기한 듯 자신도 모르게 번지는 입가의 미소,
화면의 가운데를 지나는 풀밭과 하늘이 맞닿는 선이 주는 안정감,
그냥 편합니다.
(말 등 놀이 The Horse Back Ride / 1884)
언니가 동생을 등에 태우고 있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 동생들하고 많이 했던 놀이입니다.
언니는 뭔가에 토라진 동생을 달래려는지 기꺼이 등을 내 준 표정입니다.
동생은 언니의 옷을 단단히 붙잡고 있는데 표정을 보면 아직 덜 풀린 것 같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벌떡 일어나서 동생을 떨어드렸는데
아마 화면 속의 언니는 그런 야만적인 행동은 하지 않겠지요.
(공부는 어려워 The Difficult Lesson / 1884)
또랑또랑한 아이가 단정하게 앉아서 책을 보다가 모르는 부분이 나온 모양입니다.
‘이게 뭐죠’ 하는듯한 눈이 너무 귀엽습니다.
예술학교에 처음으로 여성을 입학시킨 그의 경력을 생각하면
어린 소녀의 책을 읽는 장면도 여성에 대한 그의 생각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잘못했어요 In Penitence / 1895)
손에 먹다 만 과자가 있는 것으로 봐서는 혼나고 있는 이유가 짐작이 됩니다.
부끄럽고 무안한 아이의 표정과 얼굴을 가린 손 짓에 웃음이 나오지만 뒷맛은 씁쓸합니다.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말에 저도 동의합니다.
문제는 가난이 부끄러운 짓을 하게 만든다는데 있습니다.
(맛 만 봤어 Just a Taste / 1895)
잠시 후 같이 먹자고 했는데 먼저 한 숟가락을 먹다가 걸린 걸까요?
표정은 시치미를 떼고 있지만 눈은 미안한 듯, 약간 겁 먹은 듯 하지만
꼭 다문 입을 보면 뭘 그까짓 것 가지고 그러느냐는 듯 합니다. 아이답습니다.
(깨진 물항아리 The Broken Pitcher / 1891)
참 난처한 일입니다.
우물가에 넋을 놓고 앉아 있는 소녀의 발 옆에는 깨진 물항아리가 있습니다.
잘 들고 왔는데 물을 긷기 위해 내려놓다가 깨진 모양입니다.
‘깨진 독에 물을 붓기’도 어렵고, 걱정이 가득한 눈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도 없고,
‘살다 보면 넋을 잃어야 할 순간이 얼마나 많은데,
그때마다 마음을 내려 놓으면 나중에는 마음을 들 수 도 없단다’ 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소녀에게는 아무 도움이 안될 것 같습니다.
(바스크 드럼을 든 집시 소녀 Gypsy Girl With a Basque Drum / 1867)
무슨 억울한 일을 당한 걸까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입니다.
올려다 보며 애써 참아 보고자 했지만 결국 뺨으로 흘러 내리고 말았습니다.
눈물을 닦아 주고 싶은데 방법이 없군요.
하느님은 여인의 눈물을 세고 계신다고 했으니까 소녀의 눈물을 흘리게 한 사람은 큰 일 났습니다.
어디선가 저 때문에 울었던 여인이 있다면 용서를 빌어야겠습니다.
눈물이 가득한 소녀의 눈,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어린 거지 The Little Beggar / 1880)
어린 거지 소녀의 퀭한 눈은 이제 그녀의 여린 몸을 지탱하는 것도 힘들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벌린 손은 돈을 요구하고 있지만 구부러진 손가락은
뭐든 손에 쥐어지는 것은 놓치지 않겠다는 표시처럼 보입니다.
소녀의 뒤로 칼날 같이 서 있는 산들의 모습은 그녀가 처한 상황 같아서 섬뜩합니다.
이 아이를 위해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어린 도둑 Little Thief / 1900)
몰래 딴 과일을 손으로 감추고 있는 소녀의 얼굴을 보면 당황하거나 하는 표정이 아닙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훔친 것이 아니고 서리를 한 정도라고 보면 될까요?
뭐 이 정도를 가지고 소녀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 합니다.
거친 맨발을 안아주고 싶습니다.
부게로의 작품에는 귀여운 도둑이 참 많습니다.
커서는 과일이 아니고 좋은 남자의 사랑을 훔쳤으면 좋겠습니다.
(어린 거지들 Little Beggars / 1890)
뒤에 선 언니의 모습에는 삶의 피곤함이 묻어 있지만 동생은 야무진 얼굴입니다.
(한 성질 할 것 같습니다).
구걸을 원하는 손가락도 애처롭지만 유난히도 큰 엄지발가락이 마음을 쓰리게 합니다.
그나저나 앞의 소녀는 부게로의 전속 모델이었을까요?
참 많은 작품에 등장합니다.
(어린 도둑들 Little Thieves / 1872)
담을 넘어 사과 밭에 가서 사과를 몰래 땄습니다.
언니가 먼저 담을 넘어 와서 동생을 안아 내리는 중입니다.
동생은 아직도 긴장을 하고 있는지 얼굴이 붉습니다.
그러나 둘의 표정을 드려다 보면 한 두 번 해본 솜씨는 아닙니다.
화면 가운데 위치한 모델들의 자세가 너무 안정적이어서, 불안감이 없기 때문일까요?
오히려 눈부신 맨발이 안타깝습니다.
' ◆ 이미지,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ㅡ가을 풍경이 아름다운 곳ㅡ (0) | 2016.09.08 |
---|---|
인동덩굴과 붉은인동 (0) | 2016.09.05 |
아름다운 가을 (0) | 2016.08.30 |
모여있는 새들 (0) | 2016.08.29 |
아름다운 섬 (0) | 2016.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