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작품겔러리

나는 저녁 불빛을 사랑하였다 / 허영숙 (낭송 허무항이)

만고 장춘 2015. 12. 7. 20:21

나는 저녁 불빛을 사랑하였다 / 허영숙 (낭송 허무항이)

       나는 저녁 불빛을 사랑하였다 / 허영숙 (낭송 허무항이)
       마음에 없는 이별을 하는 사람처럼
       노을의 눈자위가 붉어진다
       쪼그려 앉는 꽃들
       한 쪽 어깨가 기울고 있는 나무
       이 서글픈 틈새를 저녁이라 불러놓고
       어둠이 불빛을 조금씩 모으고 있다
       악수도 없이 헤어진 사람에 대해서
       어딘가에 이마를 기대지 않고는 말 할 수 없을 때 
       사람들은 창가에 불빛을 내건다
       그러면 하늘은 늦도록 꺼지지 않는 불빛을 하나 둘 거두어간다
       별이 뜬다
       저것은 먼데서 오는 불빛
       풀씨 한 점 보이지 않을 만큼 다 저물고 난 뒤에도
       또 저무는 마음을 견딜 수 없어
       누가 하늘에 이마를 기대고 있다
       나도 한 때
       그 저녁의 불빛을 사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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