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글

움켜 쥐려고만 하시는가?

만고 장춘 2015. 11. 3. 23:12

설악산의 토왕성 폭포  -고 장윤-

 

움켜 쥐려고만 하시는가?

 

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西山大師 詩碑에서)

 

이보게, 친구!

살아 있다는 게 무언가

 

숨 한번 들여 마시고

마신 숨 다시 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證票) 아니던가

 

그러다 어느 한 순간(瞬間)

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空氣)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 양

움켜 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이리니

쓸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追憶) 씨앗 뿌려

사람 사람 마음 속에

향기(香氣)로운 꽃 피우면

천국(天國)이 따로 없네,

극락(極樂)이 따로 없다네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생야일편부운기

사야일편부운멸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然

부운자체본무실

생사거래역여연 

 

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 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뜬 구름 자체(自體)가 본래

실체(實體)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가지 계획(計劃)

가지 생각(生覺)

불타는 화로(火爐) 위의

한 점 눈()이로다 

 

논갈이 소가 물위로 걸어가니

대지(大地)와 허공(虛空)

갈라 지는구나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묘향산(妙香山) 원적암에서

침거(蟄居)하시며

많은 弟子를 가르치던 西山大師께서

85의 나이로 運命하시기 직전

위와 같은 를 읊고 나시어

많은 弟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가부좌를 하시고 앉아

잠든 듯 入籍 하셨다고 합니다.

 

[출처] 움켜 쥐려고만 하는가?|작성자 푸른 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