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글

♧가을을 마시고, 사랑을 마시고..♧

만고 장춘 2015. 10. 22. 22:30

지리산 중봉의_가을___-윤병춘-


 ♧가을을 마시고, 사랑을 마시고..♧ 


내가,
그를 사랑한 것도 아닌데..
미칠 듯 그리워질 때가 있다

바람의 손으로 가지런히 풀어 놓은,

뭉게구름도 아니다 양떼구름도 새털구름도 아니다..

아무 모양도 만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찢어지는 구름을 보노라면..


내가,
그를 그리워한 것도 아닌데..
그가, 내 속에 들어온다


뭉게뭉게 피어나,
양떼처럼 모여 새털처럼 가지런히 접히진 않더라도..

유리창에 우연히 편집된 가을하늘처럼,
한 남자의 전부가 가슴에 뭉클 박힐 때가 있다

무작정 눈물이 날 때가 있다

가을에는,
오늘처럼 곱고 투명한 가을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으로 문턱을 넘어와..
엉금엉금 그가 내 곁에 앉는다


그럴 때면,
그만 허락하고 싶다
사랑이 아니라도 그 곁에 키를 낮춰 눕고 싶다.

가을을 열어,
커피 한 잔에 담아본다


은행잎 단풍잎 갈대잎도 넣어,
저어서 마셔본다

코끝에 닿이는 가을은,
진한 구수함이 가슴을 쉬게한다


들국화잎 따다 하나띄워 한 모금 넘기려 할제,
반가이 떠오르는 미소 한 자락..

반기려 할새 없이,

금새 파장을 잃고 맴만 돌고있는 국화잎 한 장..

상큼한 가을 아침,
창문 넘어 그리움이 물밀듯 잔속으로 잠겨오고..


한 모금씩 목젖으로 넘길 때마다,
느껴오는 님의 향기 그대를 느끼며..
가을을 마시고 사랑을 마셔본다


-좋은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