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나를 흐르게 하소서.
시작은 작고 약하지만 흐를수록
넓어져 언젠가 바다에 이를 때
그 깊이와 넓이에 놀라지 않게 하소서
나를 흐르게 하소서.
어느 때는 천천히 어느 때는 빠르게,
어느 때는 바위에 부딪히고
어느 때는 천길 날길 낭떠러지에
떨어진다 해도 변화와 새로움에
늘 설레게 하소서.
나를 흐르게 하소서.
그러므로 강가의 땅을 비옥하게 하여
그곳의 식물들이 철을 따라
아름답게 꽃 피우고 좋은 과일을
풍성히 맺게 하소서.
나를 흐르게 하소서.
그러므로 늘 내 가슴이 출렁이게 하시고
그 기운이 하늘로 올라가 비와 이슬로 내릴 때
사람들의 마음이 촉촉해지도록 하소서.
나를 흐르게 하소서.
그러므로 내 등에 나룻배를 띄워 사람들의
삶과 사랑이 끊임없이 서로를 오가게 하소서.
나를 흐르게 하소서.
그러므로 모든 것을 받아들여도 내 안이
썩지 않게 하시고, 나아가 늘 새로운
사랑의 이야기를 만들게 하소서.
나를 흐르게 하소서.
그러므로 지나온 길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새날은 새 길의 기쁨으로 걷게 하소서.
만고장춘 / 옮김....
|